사랑방

우울모드

我孜 2018. 5. 11. 21:51

퇴근 중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게 됐다.

무리들이 다투어 길을 걷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 보고 있었는데..

지나치리 만큼 큰 소리로 까르르 웃으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건너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들은 두 여학생들이었다.

그 여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됐다.

 

한 여학생이 다른 친구 어깨를 밀치더니

죽겠다고 웃는다. 

까르르..

상대 여학생도 질세라 큰 소리로 함께 웃는다.

까르르르...

반대로 다른 여학생이 같은 방범으로 밀친다.

또 까르르르...

 

쟤들 도대체 뭐야?!

도대체, 도대체 뭐가 그리 웃기지?

좀 이상한 애들이 아니야, 아님 바보들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진다.

사실, 쟤들이 왜 그럴까 모르는 바가 아니다.

충분히 의미 파악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나는 가슴으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그 애들을 비웃고 있다.

어린 학생들 모습을 폄훼나 하고 있는 나..

이게 지금 나의 모습이라는 한계성..

 

나도 한때는 저런 시절이 있었다.

뒹구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왔던 시절...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철저히 괄시하고 있다.

마치 그런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이것은, 질투이자 시기심의 발로이고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다는 반증이며

무미건조한 도심인의 한 사람이라는..

웃음을 잊어버리고 사는 나..

그게 지금의 나라는 게 서글프다.

오늘은 이래 저래 우울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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