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일요일이 돌아 왔다.
오전 일을 본 후 뜰 앞을 서성이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청명한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롭게 비춰진다.
평화로움이라..난 한동안 이것을 잊고 살아 왔다.
그래..얼마나 오랜만에 떠 올려 보는걸까?
최소한 오늘만은 내게도 그런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다.
그 평화로움이 거품처럼 사라지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그 기분을 만끽하고자 무작정 오솔길을 따라 산책로에 오른다. 오늘도 어김없이 산죽길을 가로지른다.
가을 하면 누가 뭐래도 구절초와 쑥부쟁이다.
아직 그놈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오늘은 쑥부쟁이가 먼저 나를 반긴다.
좌상쪽으로는 한강너머 노을공원이 시야에 들어오고
우상쪽으로는 마포쪽..그러니까 이촌동 대림아파트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내 시력이 이렇게 좋았었나?
서울 근교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북한산이 멀리 보인다. 한때는 능선 계곡을 망라해서 안 밟아본 곳이 없을 정도로 미친듯이 휩쓸고 다녔는데 요즘은 뭐 좀 게을러서...
올해는 정말로 단 한번도 그쪽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이만하면 거의 정점을 걷고 있지?
공항철교라고 하나?
자세히 보면 지금 KTX열차가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실치는 않지만 남쪽끝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인천공항까지 간다고 한다.
방화철교이다.
쭉 이어진 한강다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답답했던 마음이 쑤~욱 뚫리는 기분이다.
기분은 개성에 있는 산까지도 보일듯 하다.
벌개미취라고 한다.
지금 계절에 이 꽃이 피는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이놈들이 나처럼 좀 게을러서 한눈을 팔다 제 철을 잊은듯 싶다. 이놈들은 벌써 한 달 전에 피었어야 할 놈들이니까..
그렇게 산을 한바퀴 돌고 나니 어느덧 해도 서산으로 저물고 있다.요즘은 일몰이 참 아름답다.
하여 요즘은 서산에 걸치는 석양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아름답지 아니한가?
멀리 인청 계양산도 살짝 조망이 된다.
길은 좋아서 걷는게 아니라 걷다 보면 좋아진다고 한다.
무엇이고 일단 부딪혀 보면 반드시 댓가를 얻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이른바 속세의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