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십여 년 만에 드디어 진달래 맞이 산행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참, 결심하기도 힘듭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있는데도 이다지도 힘들게 왔습니다.
익히 소문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왔지만, 들머리에서 진달래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아
적잖은 기우 속에서 올랐는데, 막상 정상에 서고 보니 역시 대단함 그 자체입니다.
온 산하가 다 진달래로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아름다운 곳을 이제야 오르다니.....
전망대에서 폼 한번 잡아 봅니다.
워낙 거시기해서 배경 버릴까 봐 조심스럽습니다.
벌써 수많은 인파들이 산을 점령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마음속에 담아 갈 요량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하를 맞이하는 저분들의 마음은 아마도 순수함 그 자체 이리라 생각이 듭니다.
문득 스쳐가는 시를 흥얼거려 봅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이렇게 감정이 복받쳐 오는데 소월님 흉 내한 번 내 봐도 괜찮겠지요.
이런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시구 하나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함이겠지요.
능선마다 계곡마다 진달래를 흩뿌려 놓은 듯합니다.
정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시쳇말로 정말 죽입니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는 듯합니다.
부모님 손잡고 오르는 어린아이들부터 열로 하신 노인분들까지 구분 없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인간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망대에서도 인파들로 꽉 차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저분들도 최소한 오늘만큼은 행복한 마음 그 자체 이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 계곡 저 계곡 할 것 없이 사방을 둘러봐도 진달래 천지입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났음을 감사히 여겨야 할 대목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어찌 미물들이 느낄 수 있겠습니까?
아무 데 서나 찍어도 최고의 장면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이래도 더 분위기 있는 곳을 찾아
산비탈을 바쁘게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산에서의 장면이지요.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말 밖에 달리 적당한 단어가 떠 오르지 않습니다.
꽃 한입 따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지만 그냥 참기로 합니다.
때로는 절제도 필요하거든요.
아마도 이번 주가 최고의 절정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이 분위기도 여흥이 길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니 괜스레 허탈 해짐을 느낍니다.
이 꽃도 역시 화무십일홍일 수밖에 없겠지요?
정말 아쉽습니다.
고려산 정상을 향해 한컷 합니다.
어디를 고를 필요도 없이 아무데서나 놓고 찍어도 똑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렇듯 온 천지가 멋지다는 게지요.
실지 인간이 눈으로 확인하는 색감과 디카가 인지하는 색상이 약간 다르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충분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기서 인간의 우월성이 또 한 번 증명된 셈입니다.
장소를 좀 아래쪽으로 내려가 봅니다.
어디를 가도 다 똑같은 환상 그 자체입니다.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이 혹 천상의 낙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제 비록 천상을 알 수는 없지만 천상이라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자라 잡고 휴식을 취합니다.
이 광경을 눈앞에 두고 깎아먹는 사과맛도 그야말로 꿀맛보다 더한 진한 맛입니다.
아마도 분위기에 상당히 취한 모양입니다.
아마도 오늘 밤은 꿈결에서도 이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뇌리에 박혀서 환청이 나타날 지경입니다.
그래도 이 얼마나 행복한 환청이겠습니까?
벼르고 별렸던 산행이었지만 막상 오고 보니 너무나 잘 왔단 생각입니다.
기분 같아서는 동동주라도 한잔하고 여흥을 즐기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산에서의 예의는 지킬 건 지켜야 하는 것이기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만 또 내년을 기약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산을 하기로 합니다.
안타까워 다시금 뒤돌아 한컷 합니다.
꼭 다시 들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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