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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산행

我孜 2006. 2. 15. 20:45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라산 산행...

몇 주 전에도 예약을 완료하고 출발 이틀 전에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취소를 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움을 간직한 한라산입니다.

올해는 나와 유달리 인연이 없나 보다 하는 반은 체념 상태에서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재차 시도를 해 봅니다.

기상청에 기상을 확인해 봅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물론 날씨는 아주 끝내준다 이런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3대가 복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백록담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렇게 해서 항공과 숙박 예약이 끝나고 D-day만 기다립니다.

혹, 기억을 하시는지요?

어린 시절 학교 소풍 전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백록담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흥분을 감추질 못하고

혼자서 반은 실성한 사람처럼 실실 웃곤 합니다.

역시 전 산 벼 중증인가 봅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드디어 당일 새벽.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 앞에 섭니다.



오늘 등산 코스를 정리해 봅니다.

성판악--> 사라 대피소--> 진달래 대피소--> 백록담--> 삼각봉--> 관음사입니다.

도상거리는 약 18Km 로써 산행시간 약 7시간을 예상합니다.

소문대로 적설량은 장난이 아닙니다.

현지 가이드의 말을 빌자면  약 1m의 적설이 쌓여있다 합니다.

가는 겨울의 아쉬움을 마음껏 만끽을 해야겠습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드디어 출발을 합니다.(07:40 AM)

처음 접어드는 한라는 연산과 별다른 점은 없는 듯합니다.

극히 평범한 산처럼 그렇게 절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만, 쌓인 눈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유난히도 많이 내린 눈 덕을 제가 톡톡히 볼 것 같습니다.

발에 밟혀 뿌드득하는 소리가 너무나 경쾌하고 상쾌합니다.

러셀이 잘 돼 있어 스페츠는 필요치 않아  아이젠만을 착용합니다.

점점 깊숙이 들어서자 역시 따뜻한 남쪽이 실감 납니다.

생전 처음 보는 수목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같은 대한민국 이건만 산에 자생하는 수목의 종류는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봅니다.

역시 좁은 듯하면서도 넓음을 실감합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산객들은 비교적 한산합니다.

그리하여 여유 있는 산행이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사람은 왜 이렇게 백설에 집착이 심한 걸까요?

생각을 해 봅니다.

살면서 잡다한 오욕에 사로잡혀 더럽혀진 육신을 조금이나마 희석을 해볼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만이 조금이라도 세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 또한 그 범주에 속할 것이며 오늘 지치고 찌든 삶의 때를 조금이나마 씻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옵니다.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처음과 달리 등판도 점점 힘듦을 느낍니다.

계속된 눈으로 말미암아 곳곳에 크레바스도 만들어져 있고

울창한 거목도 힘없이 부러져있음을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아마 유난히 많이 온 눈이 주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갑자기 넓은 평전이 나타납니다.

아마도 고단한 몸을 조금이나마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두운 노송지대를 지나서인지 아음이 툭 트임을 느낍니다.

여기저기에서 기록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고 ,

저 또한 한컷 해 봅니다.

적설량은 위로 올라갈수록 많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나뭇가지가  휘어져 눈 속으로 묻혀버리고

어떤 나무는 만만치 않을듯한데도 불구하고 아예 통째로 눈 속으로 파묻혀 버렸습니다.

저 안내 간판은 어떻게 봐야 할지가 망설여집니다.

등산객의 눈높이에 맞추어졌을 터인데 저렇게 파묻혀 버렸습니다.

그만큼 눈이 많이 쌓여있다는 게지요.




드디어 진다래 대피소에 도착 했습니다.

여기서 한 번쯤은 쉬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이 부실해서인지 힘들게 올라서인지 모르게 상당히 배고픔이 느껴집니다.

멀리서 온 나그네인지라 간식거리가 충분치 않습니다.

도시락 하나에 달랑 사과 두 개뿐 입니다.

갈길이 먼데 아껴서 먹어야겠지요.

사과 하나로 간단히 간식을 하기로 합니다.

지난겨울 추위 핑계로 워밍업을 게을리한 탓으로 관절들이 도대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잠시 멈춰 지압을 해 보지만  통증은 영 가시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오늘 산행은 좀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무터는 본격적인 등록 시작되는 듯합니다.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을 떼는 동작이 너무나 느려졌음을 느낍니다.

실로 고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혹자는 또 저에게 이런 말을 건넬 겁니다.

그 고생하며 뭐하러 힘겹게 오르느냐고?

글쎄요...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해 봅니다.

고행 속에서만 얻어질 수 있는 어떤 의미?

아니면 고통 속에서만 얻어지는 그 어떤 성취감?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지나온 자리를 내려 봅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지나온 자리는 다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지요.

발목과 가랑이에 그 참기 힘든 고통을 주고도 저렇게 또 유유자적하고 있네요.

순간 가증스러움이 생기는 것은 저도 어쩔 수 없는 범부인가 봅니다.

그렇지만 또한 잊어야 할 곳은 잊어야만 하는 게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도 위안해 봅니다.

산객들이 힘겹게 오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오직 백록담에 목숨을 건 모양으로 오르는 모습이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오는 것은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음입니다.

정상을 밟은들 채 10분도 머무르지 않을 것을........



등판각도가 상당합니다.

이제 거의 정상도 막바지에 이른 듯합니다.

어린애 아장걸음 보다도 더 천천히 한 발씩 내딛으며 오릅니다.

체력과 인내력이 동시에 바닥이 드러난 기분입니다.

잠시 하늘을 쳐다봅니다.

구름이 눈밑에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문득 저 구름에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합니다.

명주솜보다도 더 포근하게 받혀 줄 것 같은 그런 예감....






그렇게 염원하던 백록담이 눈앞에 펼쳐져 산객을 반깁니다.(11:40 AM)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그야말로 장관 중에 장관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속살을 내 비춰주고 있습니다.

여느 고운 여인의 속살보다도 더 희고 부드럽고 아름다움을 간직하다

이렇게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모든 걸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힘든 산행이 일순간 사라지고 그 고통이 희열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맑은 조망을 선사하신 산신께 감사와 고마움을 전해 올립니다.





흥겨움을 뒤로하고 이제 하산길에 오릅니다.

내려가는 하산로도 상당히 가파르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기야 모든 인생로가 다 그렇지만.....

눈에 나무들이 몽그라져 이상한 크레바스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 넘다가는 앞으로 꼬꾸라지기 딱인 것 같습니다.

아니지요. 빠져 들어간다는 표현이 옳을 듯합니다.

암튼 조심조심 미끄러운 길을 내려옵니다.

이제 속도도 제법 붙고....




겨울이라는 계절은 산새들의 생활 페턴도 바꾸어 놓아 버린 듯합니다.

사람을 기피하는 까마귀 놈들도 배고픔에는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산객들이 던져주는 음식물을 얻으려고 발꿈치 앞까지도 서슴없이

날아들어옵니다 그려....

허긴 저놈들도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게지요.

그넘들과 한참 동안을 음식물 부스러기로 함께 놀아 봅니다.





삼각봉에 이릅니다.

여기서부터는 한산한 하산길이 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산객이 한 사람도 보이질 않습니다.

뭔가 산객을 위해 알림판을 만들어 놓은 듯한데 눈에 가려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 동물적이 감각으로 의미 파악이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조난되기 쉬우니 정해진 등산로 외는 절대로 산행을 하지

말라는 말씀 같습니다.

며칠 전 단체 산행객의 조난 지점이 바로 여기쯤으로 생각이 듭니다.

하긴.. 제가 봐도 하산로를 잘못 잡기 십상인 듯합니다.

많은 눈으로 인해 길이 없어지고 대신 계곡이 길이 되어있는 형상이니.....

겨우살이는 여기에도 있는가 봅니다.

덕유에서 많이 본터라 반가운 마음에 한컷 합니다.

한적한 산길을 내려오니 울창한 삼나무 숲이 나타납니다.

필시 제 지조와 닮은 듯, 꼭 저를 보고 있는 듯하여 또 한컷 합니다.ㅎㅎㅎㅎ

하산로는 꾀나 지루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줄곧 홀로 하산을 하고 있으니 적적할 수밖에요.....

그렇지만 모처럼의 이런 고독감을 즐겨도 볼 요량입니다.

많은 것도 반추를 해볼 기회도 갖구서.....

상념에 잠겨 걷다 보니 어느덧 관음사 매표소에 도착합니다. (2:10 PM)

에필로그


이제 다시 언제 찾을지 모르는 한라산.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올려다봅니다.

긴 염원 끝에 한 자락 끈을 잡고 오늘 여기 한라에 올라

실로 많은 것을 바라보고 또 기쁨을 누렸습니다.

또한 지난 삶의 발자국도 헤쳐보는 반추의 시간도 가져보고.

더 없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오늘 산행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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