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쾌청한 날씨가 산으로 부릅니다.
일신상의 이유로 인해 원거리 산행은 지양해야 하여 금강산보다 더 멋있다는
북한산 의상능선을 타기로 작정합니다.
오늘의 산행지는 의상봉을 시작으로 용출봉-용혈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문수봉을 거쳐
북한산성 계곡을 타고 하산하는 약 4시간 정도의 산행을 예정합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항상 느끼는 것은 산내음이 너무나 좋다는 겁니다.
비록 빼어나지는 않지만 있어야 할 자리에서 산객을 맞이하는 도토리, 상수리, 소나무들이
옆을 자나는 산객을 또 이렇게 반가이 맞이합니다.
고마울 따름이지요.
의상봉 능선을 오릅니다.
여느 산과는 달리 이 의상봉 능선은 오르는데 상당한 인내력을 요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계속하여 깔닥고개와 고바위를 치고 올라야 합니다.
5분도 안돼 땀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산에서는 요령이 통하지를 않는 곳입니다.
너무나 정직 그 자체입니다.
모든 주변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범부들의 속세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라 할 수 있음입니다.
하지만 산도 경력이 더해지면 방법 터득이 생기더이다.
그래서 약간은 수고로움을 덜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경치를 맘껏 즐겨볼 요량입니다.
고개를 들어 올려 보아도 의상봉 정상은 아직도 먼듯합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감로수를 들이켜 봅니다.
시원한 물줄기가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느낌이 쎄~합니다.
이럴 때는 시원한 바람이라도 좀 지나 주었으면 좋겠건만 오늘은 바람님도 늦잠을 자는 듯합니다.
하긴 세상사가 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냥 한 발짝식 옮겨 의상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북한산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능선이 바로 의상능선입니다.
많은 분들이 너무나 힘들고 위험한 구간이 있음으로 인해 포기하는 곳이지만
이곳에 서면 그 수고로움은 충분히 보상을 받고도 남음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백운대를 배경으로 한컷 합니다.
이산의 원명은 삼각산입니다.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의 삼각뿔 모양을 따서 삼각산이라 칭했다 합니다.
그 삼각봉을 렌즈에 고스란히 담아봅니다.
그 아름다운 삼각봉을 당겨서 촬영해 봅니다.
어느새 이곳도 조화사의 손길이 지났음을 느낍니다.
올라야 할 용출봉을 바라봅니다.
국녕사가 아스라이 보입니다.
줌으로 당겨서 한컷 합니다.
측면으로 보이는 부처님이 오늘따라 더 크게만 느껴지는 건 웬일일까요?
그냥 지나 가자고요?
예. 넘어갑니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봅니다.
의상봉입니다.
비록 오를 때는 많은 고통을 주었으나 또 저렇게 아스라이 서 있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지나온 길은 다 아름답다고........
그렇습니다. 비록 힘들게 올랐던 봉이지만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네 인생사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살아오면서 힘들었고 고통스러운 일들도 자나고 보면 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고 아름답게 느껴지지요.
사면에 피어있는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가을의 전령사는 여기까지도 어김없이 찾아들었군요.
힘들게 오른 이곳이 너무나 별천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오늘 이곳에 찾은 보상을 충분히 받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용출봉을 뒤돌아 찍습니다
용혈봉 앞에 섭니다.
저 봉우리에서 지난여름 벼락에 아까운 산객 여러 명이 유명을 달리 한 곳입니다.
많은 분들이 신의 존재를 확신하고는 합니다.
저 또한 그에 대한 부정을 하지 않고, 또한 부정할 명분도 없지만, 진정 신이 존재한다면
모순도 아주 큰 모순이라 생각을 해 봅니다.
다 부질없음이겠지요. 영원히 풀 수 없는 등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가 바로 그 용혈봉 현장입니다.
그때 벼락을 맞아 소나무도 고사했습니다.
나월봉을 오르는 사면에 단풍으로 채색이 아름답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계절이란 놈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정확히 찾아듦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자연현상이라 우리는 말합니다.
그렇듯 자연은 우리에게 정직하고 솔직함을 표현해줍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세속의 인간은 어떨까요?
온갖 기교와 교만으로 가득하고, 나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적당한 타협.......
필요악이지만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 또한 그의 범주에 속할 수밖에 없음이지만 최소한 벗어나려 노력은 해볼 요량입니다.
상념에 잠겨 걷노라니 문수봉에 도착합니다.
크게 기지개 한번 켜고 알 수 없는 시름을 놓습니다.
하산길은 지루한 너덜길...
가장 싫어하는 길이나 이 또한 어차피 지나야 할 길....
부쩍 늘어버린 인파와 부대끼며 산성매표소로 원점 회귀하고 오늘의 산행을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