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스크랩] 팔영산 산행기

我孜 2010. 9. 8. 00:05

아!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행이였던가...

실로 시집갈 날짜 잡아논 색시처럼 들뜬 마음으로 전라도

어느 바닷가를 향해 몸을 싣습니다.

 

끊임없는 신변잡무로 인해 일요일만 되면 산이 그리워 애를 태우기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를 지경 입니다.

산을 향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 무수한 높고낮은 산에

발자국을 남기고 여기까지 왔건만,  요즘처럼 또 산이

이렇게 그리워지는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산을 향한 그리움이 이다지도 큰지는 정말이지 몰랐습니다.

식사는 거를지언정  산을 향하지 않고서는 살수없다는 그런 그리움....

신변의 사정으로 인해 산을 접하지 못했던 요즘들어 역시 전 산을

떼놓는 삶이 얼마니 황폐하고 무미건조 한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다행인게지요.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를 느꼈음으로...

다시는 그리도 사랑하는 산과의 이별은 없으리라 다짐도 해 봅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맘껏 즐거움을 만끽해보리라 생각을 해 봅니다.

 

 

어둠이 채 물러 가지전 오늘 들머리인 능가사 입구에 도착합니다.

리지를 겸해야하는 상황과 또한 조망의 즐거움을 위해

날이 밝기를 기다려 봅니다.

 

오늘 산행 코스를 올려다봅니다.

들머리인 능가사를 출발하여  마당바위->유영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

오로봉->두류봉->칠성봉->적취봉->탑재->능가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 입니다.

 

능선의 거의 대부분이 바위 암반지역이고 리지를 해야하는 산행이라서

상당한 짜릿함을 만끽 할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리지는 산행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아슬아슬한 그맛은 사실상 글로 표현이 불가능 할 지경이지요.

 

낚시꾼의 손맛이 그렇다지만 산꾼 또한 붙잡고 오르내리는 손맛에

있을 진대, 이 얼마나 행복한 마음 이겠습니까?

하지만 겸허한 마음은 항상 잊지 말아야겠지요.

 

드디어 마당바위를 향해 출발 합니다.

스치는 바람이 넘 시원함을 느낄수 있습니다.

아담한 마을을 지나고  대나무 숲을 지나니 드디어 오늘 들머리가 보입니다. 

 

산길을 올려다 봅니다.

산의 어떤 육중함 보다는 어릴적 시절의 뛰놀던 야산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정겹다는 말씀이지요. 문득 어린시절로 뒤돌아간 느낌이 듭니다.

갈망했던 산행이어선지 옮기는 발걸음이 너무나 경쾌합니다.

산죽같은 신의대길을 지나고 드디어 입산을 합니다.

 

이쯤에선 꼭 하고 지나는 일이있습니다.

산신령님께 입산 허가를 받아야 겠지요.

참으로 오랜만에 산길을 밟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오늘도 아니온듯 지나겠습니다."

"무탈을 도와주십시오."

살랑살랑 초여름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납니다.

아마도 즐거운 산행을 허락하시는 신령님의 선물인것 같습니다.

"산 신령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그리 긴 산행길이 아닙니다.

하여 오늘은 자연의 오묘함을 최대한 만끽하려 합니다.

돌. 바위. 들풀들. 야생화.... 이 모든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마음속에 담아가려 합니다. 욕심이 너무 많은건가요?

 

눈앞에 제1봉인 유영봉이 올려다 보입니다.

오랜만인지 이마에서는 구슬땀이 흘러 내립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흘려보는 땀인게지요.

땀을 흘린뒤의 이기분...  이 상쾌한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분은 이해못할

짜릿한 맛이지요.  바로 이맛에 산행을 하는지도 모를 일 입니다.

바위틈을 붙잡고 돌고돌아 유영봉 정상에 섭니다.

 

 

땀방울을 훔치고 계곡을 내려다 봅니다.

아!!

이게무슨 신의 조화란 말씀입니까?

산을 집어 삼킬듯한 해무는 정말이지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음입니다.

저 운무들...  꼭  목화솜을 쫙 깔아버린듯한 저 운무를 보노라면

전 항상 저 위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합니다.

이 장쾌한 광경을 어떻게 글로 써야 할 지가 그저 막막할 따름입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이 장관을 만끽해 봅니다.

 

오늘산행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을 받은 느낌입니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경우의 수는 여가가지라 생각이 듭니다.

허나, 이런 자연과의 대화에서 얻은 행복감이란 그 어느것에 비유를 할 수

없음입니다.  나와 자연이 일체가 돼  느끼는것은 아마 행복의 으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여기저기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시는 산님, 휴대폰을 드리대시는 산님들...

모두가 행복한 모습들입니다.

산행의 참맛을 느껴본이는 그 맛을 잊지 못하는가 봅니다.

어떤 산님은 전화로 실시간으로 전송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

이 아름다운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건지  난감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취한 분위기를 깨고싶지 않으나 제겐 또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서둘러 성주봉을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사전 정보와는 달리 산행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거의가 암릉 구간이지만  난위도가 있는 구간은 적당한 확보물이

설치 되어있어 수월한 산행을 이어갑니다.

일행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바위맛 즐기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생각을 해 봅니다.

설악산 공룡능선 이후 이렇게 암봉을 길게 즐기긴 오늘이 처음인것 같습니다.

땀 한방울을 닦고나니 성주봉과 생황봉이 훌쩍 지납니다.

지나가는 길옆으로는 군데군데 철쭉이 수줍게 피어있습니다.

연분홍 색상을 엷게 드리우고 ,초여름 산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들거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계절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곁을 스쳐 지남을 알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정교한 시계보다도 더 예리하게 피었다 짐을 볼때에는

그저 자연의 경이감에 숙연해질 밖에 더이상 말이 필요치 않습니다.

 

문득 상념에 잠겨 봅니다.

지금 제가 걷는 이길은 초행 이지만 종착점이 정해져있는 길입니다.

인간들은 항상 뭔가 너무나 안정에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걷고 있는길이 목적지가 없이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정처없이 발길 닿는대로 가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힙니다.

틀에 밖힌 삶이라는게 얼마다 답답고 건조한 삶일까요?

 

모든행동에 규칙이 필요하고. 넘어서는 아니된다는 마음속의 울타리리

쳐놓고서 스스로가 거기에 얽매여 헤어나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그게 인간들의 현실이라면 너무나 슬픈 현실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 전 지우에게 슬쩍 건넨 말이 생각납니다.

 

외출....

육신의 외출이 아닌 내 스스로의 영혼의 외출을 해보고 싶다고....

인간으로 태어나 틀에 밖힌 규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것도

너무나 슬픈 현실이 아닐련지요?

한번쯤은 그 구속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져 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사로 잡힙니다.

하지만 쉽진 않겠지요?

상상은 상상을 낳게되고 또 그상상이 또다른 상상을 낳는 형국이 되는걸 느낍니다.

 

걷노라니 칠성봉에 도착 합니다.

이쯤에선 한번쯤 쉬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산님들의 배낭에서 나온 간식으로 잔칫상이 안 부러울 정도 입니다.

정상주...

정상에서 정상주는 필요 충분의 조건임을 느낍니다.

그게없음 넘 낭만이 없음 이겠지요.  비록 정자는 없으나 풍류는 분명 있음이니

어찌 흥겹지 않으리오!!!

허나. 과유불급 입니다.

 

길가는 나그네는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는법.

툭툭 털고 깃대봉을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그러나 좀 난감함을 느낍니다.

여흥이 넘 길었나 봅니다 그려....ㅎㅎㅎㅎ

허나, 사람 사는게 다 뭐 그렇고 그런게 아닐련지요?

 

깃대봉을 지나  사실상 하산길에 접어듭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하산길은 섭하가 그지 없습니다.

정들자 이별을 해야하니....

그렇지만 이게 자연의 법칙이면 하는수 없겠지요.

변화무쌍한 인간이 문제이지 이 산은 항상 여기에 있으니

언젠가 또한번 찾으리라 생각 해 봅니다.

 

에필로그

실로 오랜만에 찾은 산행이였습니다.

긴 염원자락을 놓치지 않고 이곳까지 찾아와 전 충분한 산과의 교감을

나눴습니다. 

인간은 물질로만 살아갈수는 없다는 극히 평범 하지만 절대적인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고 맘속 깊이 새겨 봅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담을 기약하며  작별을 나눕니다.

잘계시게나 . 팔영산 님!!

*^*
출처 : 영원한 산사랑의 얘기를...
글쓴이 : 아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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