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만설?

我孜 2014. 3. 9. 23:41

 

 

며칠 전부터 일요일날 산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핑계아닌 핑계로 일요일을 허송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일상이 돼버린 듯

아주 당연시 되어버렸다.

 

 

 

그런 불 건정한 생활 습관을 거부하는게 가장 먼저 나타는 곳이 바로 면이다.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비춰지는 모습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이것은 아니지않느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하여 비록 작심삼일이 될 지언정 일단은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짧은 시간이라도 산행을 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 하므로...

 

 

 

연령회 모임을 나가겠노라는 약속까지 지키지 않고

배낭 짊어지고 홀연히 산중으로 발을 내 딛는다.

일단은 좋다. 어제 밤에 만설이 내려서이기도 하지만

산중에서 맞는 공기는 무척이나 상쾌하고 기분이 설렌다.

이것이 바로 산중효과이기도 하다.

 

 

 

새삼스럽지 않지만 지금도 산중에 몸을 담으면 기분전환이 참 잘된다.

이것은 마치 조울증 있는 사람의 조증 같기도 하다.

뭐 그냥 숲과 나무와 돌과 풀 등 이런것들을 쳐다 보고 걷노라면

괜스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니 최소한 산중에서는 나도 조증을 앓는다고 아니할 수도 없다.

 

 

 

아침만 해도 나뭇가지에 밤새 내린 눈들로 눈꽃이 피어 있는 형상이었는데

해가 돋자 마자 쌓인 눈들이 녹아버렸다.

봄은 완연히 알게 모르게 우리들 곁으로 벌써 와 버린 것이다.

물론 나도 그 성큼 다가온 봄을 온 몸으로 맞이하였다.

 

 

 

여기는 그래도 나즈막한 산이래서 눈이 빨리 녹아버렸는데

멀리 보이는 수리산은 아직도 설산 그대로 보여진다.

지금 이 시각에 누군가는 저 산중에서 밤새 내린 눈을 밟으며

눈산행을 즐기고 있으리라.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올해 만설 위에 발자국을 남겨본다.

이 발자국도 며칠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져벼리겠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영원이란것은 없다.

생성된 순간부터 점점 사라져버림 속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현상을 즐거워 해야 할까,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걸까?

나 자신 또한 그 범주에  포함이 된다.

그러한 삶 속에서 그래도 자신이 스쳐 지나고 있는 이 지상에서

뭔가,뭔가 하나는 남기고 갔음 하는 바램이다.

 

 

 

풀라도...

현존하는 이 세상에서 불러지는 또 다른 세례명이다.

이는 지구상에 삶을 살아가는 문명체로서 허송하지 말고

좀 더 현명한 삶을 살아달라는 채찍이기도 하다.

그 누가 원해서라기 보다는 내 스스로 선택하고

그 길을 걷고자 했음이니 기쁜 마음으로...

 

 

 

그동안 느슨했던 심신을 다시금 추스리고 오늘 이렇게 산중에

몸을 맏기게 됨이 참으로 기쁘고 즐겁다.

또 언제 다시 풀려버린 태엽처럼 될지는 모르지만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 날까지 또 즐겁게 드나들면 된다.

물론 그날이 안 왔으면 더욱 좋겠지만...

 

 

 

사실 겨울산은 결코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데, 오늘 올려다 보는

겨울산은 무척 아릅답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활엽수로 가득찬 산중에서는 볼 수 없는 침엽수림 산중만의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하다.

 

 

 

오는 봄을 시기라도 하는 듯이 오늘은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철에 맞지 않게 귀마개까지 착용했던 산행이었으니만큼

준비된 산행은 모든게 만족스럽고 즐거웠다.

다음주에도 이런 산행이 이어졌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