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步
김밥 한줄과 참외 한개를 배낭에 담고 산으로 몸을 담는다.
사실 오늘 붕으로부터 산행하자는 문자들이 연이어 들어왔으나
오늘은 그냥 홀로산행을 하고 싶어 하얀거짓말을 좀 했다.
산행을 시작할때만해도 날씨가 아주 좋았는데
갑자기 소슬바람이 불고 날씨가 어두워지더니 급기야는 낙뢰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러나 걱정은 없다. 오면 맞는거고,그도 안 되면 내게는 우의가 있다.
보이는 것 만이 다는 아닌게 세상사인가?
그래...창조주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세상사를 만들지는 않았을게다.
그렇게 자위하면서 사는게 또한 세상사리니...
지나는 산객들이 밟지만 않는다면
잰 분명 아름다운 꽃으로 산객의 눈을 즐겁게 해 주겠지.
자연과 인간의 배신없는 공존의 현장이 될 수 있으려나?
내가 다시 와 확인을 해 보리라.꼭,,,,
주봉을 배경삼아 자리 잡고 김밥 한 줄로 허기진 배를 달랜다.
아~그렇지..내겐..참외도 하나가 더 있었다.
그러면 된거다. 지금 더 이상은 내게 사치다.
원래 계획은 팔봉을 넘어 저곳으로 하산을 할려고 했으나
그냥 사진 한장 남기는 것으로 대신하고
오늘은 그저 낭낭한 불경 소리를 듣고자
방향을 틀어 삼막사쪽으로 향한다.
그래..가고 싶은곳으로 가고,있고 싶은곳에 있는거야.
내 셀카속에 한 산객이 들어 오는군.
내일은 석가탄신일
아침 풀끝의 이슬과 같고, 저녁 연기와 같고,물에 뜬 거품과 같고,먼 들판의 아지랭이와 같다
하지만 그 무상함 속에 진심이란 자리가 있다. 그 자리를 찾는게 삶이다.
너무 흔해 대우를 받지 못하는 너
오늘 너를 최고로 아름답게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