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산행
신년산행이라고 할것도 없는 조촐한 산행이다.
산이라는 것이 건강학적으로 좋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친구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어릴적 부터 무척 산을 좋아했다.
원래 시골산이래서 산과 가까이 할 수 밖에 없었다지만
산은 나의 가장 큰 위안거리였으며 즐거움의 대상이었다.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토요일이면 시골로 귀향을 하곤 했고
늦은 달밤에 그 희끄무레한 달빛을 친구삼아 뒷동산 꼭대기를 오르내린적도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산과 나는 뗄라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 왔고
한때는 비박과 무박을 일상처럼 해 가면서 전국 산하을 헤집고 다녀보기도 했다.
다 지난 시절이지만....
오늘 홀로 뒷산을 오르면서 잠시 그때들의 일들을 회상해 봤다.
폭풍우 몰아치는 장마철에 지리산 비박하면서 종주했던 일이며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겨울 어느날 덕유산에서의 사선을 넘나들며 걸어야했던
야간 종주산행의 쓰라린 추억..
그리고 한라산에서의 무시무시했던 눈산행 ....
비록 견디기 힘든 순간 순간이었으나
돌이켜 보는 지금은 다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장식을 하고
내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무모한 산행이었으나 다 젊음이란 패기가 있었으니 가능했으리라.
그때는 무조건 등정이라는 개념과,정상에 깃발을 꽂아야 한다는
승리자의 발걸음이었다면,지금은 산을 대하는 태도가 좀 더 겸손해졌다는게 옳을 것이다.
산이라는것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마주하면서 대화하는 상대라는....
상념에 잠겨 본다.
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큰 바램같은것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 보면 어떨까?
높잖은 산자락에 토담집 짓고
담은 돌멩이가 대신할 것이며 그 언저리에는
아마도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집....
좀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그 너머에는 아마도 억새가 바람에
하늘거리며 은빛 장관을 연출해 줄지도 모른다.
어떤가?
아름답지 않겠는가!
흐흐흐.....상념이 너무나 길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이곳도 산 마루금이라고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모자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긴 시간은 산행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것을 두고 살을 에는 추위라고 하지?
산행은 거의가 칭구들과 동행을 했기에 상념과는 애초에 관련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홀로산행을 하고 있어 많은 자난 일들을 헤집어 봤다.
사람의 행복이란 결코 큰 시련 끝에 얻어지는게 아니라고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즐거움이 독 행복일지어다.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