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산행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산행 하자는 전화를 받는다.
영남 알프스의 억새 산행이란다.
영남알프스라...
거리가 너무 먼 관계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항상 맘속으로만 동경했던 곳 중의 한 곳이다.
한동안 결행을 볼모로 잡고 흔쾌히 수락을 한다.
사실을 내가 더 그곳을 고대했으므로....
그리하여 오랜만에 애마에 몸을 싣고 어둠을 친구 삼아 남으로 남으로 내 달린다.
지난해 이맘때쯤 무등산 장불재를 지났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때도 아름다웠었지.
그 후 딱 1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억새 산행이다.
그 장불재와 오늘 찾을 신불평원의 억새를 마음속으로 비교해 본다.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울까?
하지만 이내 포기를.. 자연의 아름다움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므로....
잠시 눈을 감았나 싶었는데 벌써 이곳 간월산 배내고개에 도착한다.
이런 기분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맛... 그래, 바로 이 맛이지!
수많은 산객들이 찾았음을 짐작케 하는 잘 다듬어진 너덜길을 따라 한 걸음씩
발길을 옮긴다.
지난봄을 끝으로 산행을 거의 결행한 탓에 몸이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산경표에 의하면 오늘 산행은 별 어려움은 없을 듯싶다.
이런 첩첩산중에 도심 야경이라는 게 얼핏 생각하면 생뚱맞지만 그래도 도심의
불빛은 아름다움 그 자체로 전해진다.
술 취한 늦가을의 더위에 한 줌 시원한 새벽바람이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고 지난다.
시원한 바람에 대한 고마움은 익히 경 혐한 바이고~
야간산행의 묘미는 어디에 있을까?
보고 싶은 곳만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대단한 묘미가 아닐는지?
옛 선비의 마음처럼 곧게 핀 저놈을 보노라면 설렘을 억제할 수가 없다.
오늘은 더욱더 정겨운 느낌이 온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은 이런 것이 아닐까?
오늘 처음 만난 이놈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접사로 담는다.
야간산행을 하면 바로 이 순간이 가장 흥겹다.
저 붉은 기운을 온몸으로 받고자 두 팔을 하늘을 향하고 기지개를 힘껏 켜 본다.
이 새벽 산중에서 새로운 해를 맞이할 수 있음이 바로 기쁨이 아닐는지?
이제 어둠의 옷을 벗어버릴 시간인가 보다.
주위가 서서히 조망권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음에 대해 감사의 마음이 뭉클해진다.
가 실쑥 부쟁이라는 놈이다.
이 척박하고 메마른 대지위에서 저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음이
가히 경이롭기 짝이 없다.
척박할수록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야 한다는 저놈들 생의 모습에서 우리 인간들도
어떤 진리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황금빛 물결을 하고 살랑거리는 늦가을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거리고 있다.
나지막한 물결에 취해 한참이나 눈을 떼지를 못한다.
수많은 자연의 모습 중에 오늘 택한 이 억새 산행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념에 젖어 들어 본다. 이 선상에서 과연 내 모습은 어떤 것일까?
높고 낮음이랄까.....
영원할 것 같은 괴로움도 지나면 잊히고, 한때의 쾌락도 다 부질없음을....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사방을 둘러봐도 끝이 없는 평원이다.
알프스라는 의미를 이제야 알듯~
낮의 햇빛에 반사되는 저 금빛 행렬들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함인지 그저 막막할 뿐이다.
하여간 오늘 우리는 여기에 초대되어 서있고, 또한 저 화려한 광경을
보고 있음이니 행복할 뿐이지....
이놈은 바로 용담이라는 놈이다.
무수한 용담꽃을 봐왔지만 이놈처럼 아름다운 놈은 처음이다.
오늘은 행운도 뒤따르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요놈도 가져오기 위해 조심조심 한방 박아보고~
뒤쪽 좌측으로 펼쳐진 저 멋진 광경은 이름하여 공룡능선이라고 한다.
이제 저 정상만 지나면 하산길이니 만큼 조심조심 올라 영축산 정상에 선다.
지난 길은 다 아름답다고 했던가?
어렵게 발을 디딘 이곳인 만큼 지나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본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
인간관계에 대한 오묘함.
이런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아쉽게 하산길에 접어든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은 아쉬움과 섭섭함의 연속이다.
통도사를 통과해 시원한 음료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오늘의 산행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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